동북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말갈과 거란은 종종 비슷하게 묶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문화를 지닌 민족이었습니다.
비슷한 지리권에 살았었고, 여러 제국과 교류했지만 이들의 언어, 생활 방식, 정치 구조, 문화 정체성은 분명하게 달랐습니다.
본 글에서는 ‘말갈’과 ‘거란’이라는 두 고대 민족을 비교하며, 서로 어떤 차이를 가졌었고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구해 보겠습니다.
숲과 산의 수렵민 말갈, 초원의 제국 거란—이들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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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靺鞨)**은 주로 퉁구스계 민족으로 분류됩니다. 오늘날의 만주와 연해주, 한반도 북부에 살았으며, 북방 숲 지대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조상은 예맥·옥저계열과도 연결되며, 고구려, 발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거란(契丹)**은 일반적으로 몽골계 또는 몽골-튀르크 혼합계로 봅니다. 주 활동 무대는 랴오둥·내몽골 초원지대로, 유목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한 부족입니다. 후에 거란은 요(遼)나라를 세워 황제국을 수립했었습니다.
👉 요약하면, 말갈은 산림 퉁구스계 수렵민족, 거란은 초원계 몽골 유목민족이라는 뚜렷한 혈통·문화적 출발점의 차이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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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족은 수렵과 어로, 일부 농경을 병행했었습니다. 눈 덮인 숲에서 사냥, 물고기 잡이, 채집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었습니다. 겨울철에는 사슴 가죽 옷을 입었었고, 스키처럼 만든 눈신을 이용해 산짐승을 쫓았었습니다.
거란족은 전형적인 유목 민족이었습니다. 양, 말, 소, 낙타를 키우며 초원 위를 이동하며 살았었고, 말 타기와 활쏘기를 어릴 때부터 익혔습니다. 천막(게르)을 이동식 거처로 삼아 기동성이 뛰어난 생활 구조를 가졌습니다.
말갈이 산림형 정착-이동 복합형, 거란은 초원형 순유목형이라는 점에서 환경과 문화 적응 방식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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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은 여러 부족으로 나뉜 자율적 연합체였습니다. 흑말갈, 백말갈, 속말말갈 등 지리적·문화적 구분이 존재했었고, 외부 지배를 받거나 스스로 독립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발해 성립 이후에는 발해에 흡수되어 행정 관료화되기도 했습니다.
거란은 8~9세기를 지나면서 중앙 권력이 강한 군주제적 체제로 전환되었고, 916년에 요나라를 건국 하며, 황제국 체제를 수립했었습니다. 이후 거란족은 중국식 관료제와 유목 전통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동북아의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말갈은 유연한 부족 중심 체계, 거란은 집권적 제국 체계라는 정치 문화 차이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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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족은 샤머니즘 기반의 자연 숭배 신앙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곰신앙, 태양신, 조상 숭배 등 자연과 밀접한 종교적 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무당(샤먼)이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거란족은 유목 문화의 다신교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불교와 도교를 국가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요나라 시기에는 수도에 대규모 불탑과 사원을 건설하였으며, 중화 문명의 종교를 공존적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말갈이 전통적이고 자연적인 신앙을 오래 유지한 데 반해, 거란은 정복자이자 제국의 종교 전략가로서 복합 종교를 수용하며 유연하게 확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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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은 강한 체력과 험지에서의 전투 능력을 바탕으로, 산악·수로 병력으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고구려나 발해와 함께 전투에 참여했었고, 기습과 유격전에 능했습니다. 단, 대규모 정복 전쟁보다는 보조 전력으로 활약했습니다.
거란은 뛰어난 기병 전력과 유목 기동성을 앞세워 송나라와 요서 일대를 위협했습니다. 전략적으로 ‘기병 국가’의 본령을 이어받아 천리 원정과 대제국 경영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처럼 말갈은 환경 특화형 병종, 거란은 대륙형 공격 기병 제국이라는 군사 전략의 차이를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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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과 거란은 모두 동북아 변방에서 성장했었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마치 산과 초원처럼 대비적이었습니다.
비교 항목 | 말갈 | 거란 |
---|---|---|
계통 | 퉁구스계 | 몽골계 (혼합) |
생활 방식 | 수렵·어로·농경 | 유목·기마 중심 |
정치 체제 | 부족 연합 | 중앙집권 제국 |
종교 | 샤머니즘 중심 | 불교·도교 혼합 |
군사 특징 | 산악 병력·유격전 | 기병 중심 정복 군대 |
말갈은 산림과 자유를 중시한 생존 민족,
거란은 제국을 경영한 초원의 전략가였습니다.
이들의 차이를 통해 우리는, 고대의 민족도 단순히 ‘이민족’이나 ‘오랑캐’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잡하고도 독립적인 문화와 논리를 가진 존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말갈과 거란—그들은 서로 다른 땅, 다른 신념을 가진 두 개의 고대 세계였습니다.